여름은 빨래가 잦은 계절입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인데요, 단벌로는 일주일 버티기가 쉽지 않죠. 한철 산뜻하자고 여벌 옷을 장만하는 것은 왠지 손해 같고… 새 옷 가짓수만큼 세탁량도 늘어나겠죠? 통풍 잘 되고 땀 자국·땀 내 걱정도 덜하면서, 맵시까지 잘 사는 옷이 두세 벌쯤 있다면, 무더위에도 일주일쯤은 의젓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는 소재, 바로 리넨(linen)입니다!
'천년만년' 리넨의 역사
리넨(linen)은 여름철 의류 시장에서 단연 사랑받는 원단입니다. 흔히 ‘린넨’으로도 표기되는 리넨은 마의 일종인 아마(亞麻) 직물 종류를 통칭하는 용어인데, 섬유(직물의 재료) 자체는 플랙스(flax)라고 불립니다.
그럼 마에 대해 좀 더 알아보죠. 마는 20종 이상이며 그중 대표적인 의류용 마 종류로는 아마와 저마(苧麻)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리넨은 아마에 속합니다. 그리고 저마로 분류되는 것이 바로 리넨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모시입니다. 대한방직협회에서는 “모시를 동양의 마, 아마를 서양의 마”라고도 설명하는데요. 저마(모시)는 온난한 동(남)아시아 지역, 아마(리넨)는 프랑스나 북유럽 같은 추운 지방에서 재배되기 때문이죠.
* 의류용 마의 일종으로 아마·저마 외에도 대마(大麻, 삼베)가 있습니다. 대마초의 바로 그 대마입니다.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대마 관리법에 의해 재배와 취급이 규제되어 있죠.
무더운 여름, 우리의 땀을 식혀줄 산뜻한 리넨 셔츠들
시원한 마 직물답게, 리넨은 통풍성이 좋고, 구김새가 멋스러워 인테리어 소품과 의복 소재로 많이 쓰입니다. 식탁보·이불·행주부터 셔츠·바지·재킷·블라우스·원피스까지,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딱 이맘때쯤 옷가게에 들어가면 가장 앞쪽에 진열된 상품이 바로 리넨 셔츠이죠. 혼방 기술의 발달로 항균, 방취, 냉감, 구김 방지 등을 구현한 기능성 리넨 의류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리넨이 늘 이렇게 살아 있는 자들의 일상품, 일상복이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미라’ 하면 아마 대부분 붕대 같은 천을 온몸에 감은 사람의 형상을 떠올릴 것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1층에는 이런 미라를 비롯한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시신을 미라화(mummification)할 때 사용한 아마포(亞麻布), 즉 리넨 붕대도 그중 하나죠.
이집트의 공동묘지 유적 사카라(Saqqara)에서 발견된 리넨 조각.
기원전 390~343년 물건으로 추정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https://goo.gl/rhXc9s)
리넨을 비롯한 마는 의류용 소재들 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전 1만 년 경에 이미 이집트에서는 마가 재배되고 옷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하며, “기원전 2천 년 경에는 이집트 왕의 묘지에서 마의 재배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고 해요.(「알기 쉬운 패션 소재 – 린넨과 모시의 차이」, 대한방직협회, 2012) 그야말로 천년만년 옷감으로 쓰이고 있는 셈인데요. 특히 리넨은 한때 망자를 감싸기도 했다가 지금은 산 자의 한(汗)을 달래주는 중입니다. (왠지 소오름 돋네요…)
소중히 다루어주세요
여리고 섬세한 리넨 소재
리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연스러운 구김새입니다. 구겨진 모양새가 인위적이지 않고, 옷감에 난 잔금들이 옷맵시를 해칠만큼 흉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주름이 잘 생기고, 그만큼 여리고 섬세한 옷감이라는 뜻인데요. 그만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리넨, 세탁법과 보관법을 알아두면 더욱 좋겠죠?
리넨 관리의 3원칙
① 뜨겁지 않게(고온·고열 피하기)
② 강하지 않게(힘껏 주무르지 않기)
③ 접히지 않게(개지 말고 펼치기)
세탁기+세탁망
리넨은 잘 구겨집니다. 세탁기 안에서 다른 옷들과 섞이면 더 힘차고 세차게 구겨지겠죠. 따라서 리넨 의류만 따로 세탁망에 넣어 돌리는 것이 좋습니다. 탈수도 가급적 피해주세요. 세탁기 탈수 기능이 작동되면, 더욱 힘차고 세차게 구겨질 테니까요. 세탁망 안일지라도, 천성이 구김살(?) 많은 리넨이라 돌고 도는 기계의 힘을 견뎌내기 어려울 거예요.
힘 빼고 손빨래
주름이 잘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잘 변형된다는 뜻입니다. 리넨은 쉽게 주름지고 뒤틀리는, 내구성이 약한 옷감입니다. 세탁기 물살과 손빨래 손길 모두 억세면 안 됩니다. 부모님 어깨 주물러드리는 정도의 악력이라면 적당할 듯합니다.
수온은 30도
세탁기든 손빨래든 수온은 30도 내외가 적당합니다. 40도 넘는 고온수는 리넨을 수축시킬 수 있거든요.
햇빛보다 그늘
음지 건조가 좋습니다. 햇빛에 노출되면, 즉 열이 가해지면, 리넨은 쉽게 변색될 수 있거든요.
개지 말고 걸기
개켜서 서랍에 넣으면 리넨 표면에 잔금이 남습니다. 옷이 구겨지지 않도록 옷걸이에 예쁘게 걸어 행거나 옷장에 보관해주세요.
물 뿌리고 다리기
리넨 옷은 다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옷맵시가 보장됩니다. 특유의 구김새 덕분이죠. 그럼에도 다림질이 필요한 순간은 있기 마련. 그럴 때는 다릴 부분에 꼭 먼저 물을 뿌려주세요. 분무기를 사용해 골고루 뿌려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고온·고열에 약한 리넨 표면에 다리미 열판을 바로 접촉시키면, 변색(탈색)이나 변형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이제 우리는 곧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야 합니다. 쉬든 일하든, 우리 모두 땀을 흘리게 되겠죠. 하지만 리넨과 함께한다면, 무더운 여름도 조금 더 시원하게, 조금 더 멋스럽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함께 읽어볼 글들
「알기 쉬운 패션 소재 – 린넨과 모시의 차이」(대한방직협회, 2012.08.01)
「박지욱의 메디시네마(91) The Mummy – 영화 ‘미이라’와 인체 해부학」(사이언스타임즈,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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