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NERDGEIST(https://goo.gl/cHUPfU)
몇 해 전 여름, 영화 팬들의 가슴 속 별로 남은 스타 한 사람. 바로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1951~2014)입니다. 그의 아내 수잔 슈나이더(Susan Schneider)는 남편의 부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죽음보다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셀 수 없이 많은 기쁨과 웃음의 순간들을 주목해주세요.”
‘웃을 일이 없다’라는 말이 자주 들리고, 정말로 점점 웃을 일이 사라질 것만 같은 시대입니다. 특히 더위와 치솟는 불쾌지수로 짜증은 늘고, 웃을 일이 정말 없는 것 같은 요즘인데요, 이런 때일수록 ‘웃음’으로 기억되는 한 배우를 떠올려봅니다. 그가 나누고자 했던, 구하고자 했던, 되고자 했던 웃음이란 과연 어떤 웃음이었을까. 이런 질문을 안고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의 ‘웃음 일화’ 몇 편을 곧 다가오는 그의 기일을 맞아 소개해드립니다.
출처: Dan Cook Movie Reviw(https://goo.gl/H2AeV7)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주면, 내가 그들과 놀아주겠어
로빈 윌리엄스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웃기기로’ 결심한 시기는 어린 시절이었다고 해요. 그 계기가 조금은 서글픕니다. 꼬마 로빈은 또래 애들에 비해 과체중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죠.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던 겁니다. 늘 혼자였던 로빈은 자신이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성대모사를 연습해 친구들에게 들려주면서 차츰 교우관계를 쌓아갔습니다. 배우이기 전에 뛰어난 코미디언이었던 로빈 윌리엄스의 전매특허가 바로 성대모사였는데요. 여러 유명인사와 캐릭터 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솜씨는 가히 당대 최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유년기의 경험이 그를 훌륭한 엔터테이너로 성장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빨간 네모칸 안의 소년이 바로 로빈 윌리엄스
출처: Success Story(https://goo.gl/nKQ2Se)
로빈 윌리엄스의 유년기 일화 또 한 가지. 한때 그는 학교에서 ‘가장 웃긴 학생’으로 뽑혔습니다. 그와 동시에 ‘가장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고 해요. 투표에 참여한 아이들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된 로빈 윌리엄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나 스티븐 스필버그인데, 좀 웃겨주게
1993년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촬영 중이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라는 어두운 역사를 다룬 작품이었기에, 창작자로서 정서적으로 꽤 깊이 몰입했었을 테지요. 감독뿐 아니라 스태프와 배우 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던가 봅니다.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필버그 감독은 로빈 윌리엄스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지요. “이봐 로빈, 좀 웃겨주게.” 그러자 로빈 윌리엄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자신이 더빙했던 캐릭터 지니의 목소리로 갖가지 조크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혼자 들을 수만은 없었던지 스필버그 감독은 촬영장 스태프와 배우들을 불러 모아 스피커폰으로 로빈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다 같이 크게 웃었다고 해요. 이후에도 스필버그 감독은 자주 로빈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웃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필버그(가운데)가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 <후크(Hook)> 촬영장.
팅커벨 역의 줄리아 로버츠(맨 왼쪽)와 피터팬 역의 로빈 윌리엄스
출처: The Red List(https://goo.gl/NJMwP3)
로빈 윌리엄스 사후, 한 토크쇼에 출연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렇게 친구를 추억했습니다. “로빈은 마치 번개를 동반한 태풍과도 같은 ‘코믹 지니어스(Comic Genius)’였어요. 그리고 우리의 웃음은 그를 지탱해준 천둥이었지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를 기리는 최고의 감독다운 언사입니다.
슈퍼맨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다
영화 팬들에게 1995년은 ‘슈퍼맨의 추락’으로 기억됩니다. 1970~1980년대 영화 <슈퍼맨>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뒀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낙마 사고를 당한 해이기 때문이죠. 그는 전신마비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웬 낯선 의사가 입원실을 찾아왔습니다. 면회복에 수술용 마스크까지 착용한 그 남자는 기묘한 러시아 액센트로 시종일관 요상한(?) 모습이었습니다. 병상의 크리스토퍼 리브는 ‘의사란 사람이 뭐 이래’ 싶었죠. 이윽고 의사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슈퍼맨은 자신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던 안면근육을 한껏 수축하고 이완하며 그를 반겼습니다. 바로 자신의 절친한 동료이자 줄리아드 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 로빈 윌리엄스가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죠. 크리스토퍼 리브가 사고 이후 처음으로 활짝 웃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와 크리스토퍼 리브
출처: [위] Ciuchy(https://goo.gl/pzyxAo) [아래] News OK(https://goo.gl/XCEGs3)
로빈 윌리엄스(1951년생)와 크리스토퍼 리브(1952년생)는 한 살 터울의 막역한 사이였죠. 로빈은 크리스토퍼의 물리 치료는 물론, 의약 치료 비용까지 보태주며 쾌유를 빌었다고 하는데요. 2004년 슈퍼맨이 영영 하늘로 떠나고 십 년 뒤, 로빈 윌리엄스도 그를 따라 하늘로 떠났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아들인 윌 리브는 로빈 윌리엄스를 “나의 아버지를 지독히(fiercely) 사랑해주셨던 분”이라고 추억하기도 했습니다.
‘큰’ 웃음으로 기억될 스타
로빈 윌리엄스에 대한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전부 ‘웃음’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는데요, 로빈 윌리엄스와 ‘웃음’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인썸니아>, <스토커> 같은 진중한 스릴러물에서도 근사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이지만, 로빈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진가는 역시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빛났습니다. 그는 웃음과 함께할 때, 가장 로빈 윌리엄스다웠습니다.
위 일화들처럼, 로빈 윌리엄스는 영화 속이 아닌 일상에서도 늘 웃음과 함께였습니다. 그는 웃음을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스스로 웃음 자체였던 남자였습니다. 그가 오래도록 ‘큰’ 웃음으로 기억될 스타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출처: Celebrities Pictures(https://goo.gl/763Qku)
웃음이 만병을 통치해줄 리 없고, 웃음이 늘 복만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며(괜히 웃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웃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침을 뱉는 부류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웃기 힘든 사회에서 스스로 웃음 자체이기를 바랐던 일개 배우의 존재는 특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답을 얻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웃음일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의 웃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이런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봅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90년대 명작 5선
로빈 윌리엄스의 전성기는 1990년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커리어를 대표할 만한 명작들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죠. 이 가운데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의 매력이 풍부히 녹아든 작품 다섯 편을 엄선해보았습니다.
<사랑의 기적(Awakenings)> 1990년작
출처: IMDB(https://goo.gl/BSLajv)
뇌염 후유증으로 근육이 경직된 환자들의 ‘내면’을 깨우기 위해 노력한 한 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그 의사 역을, 로버트 드 니로가 환자 역을 맡아 열연한 작품이죠.
<피셔 킹(The Fisher King)> 1991년작
출처: IMDB(https://goo.gl/NfXbpD)
이 영화의 주연인 로빈 윌리엄스와 제프 브리지스 모두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한 배우들이죠. 명배우들의 젊은 시절 폭발적인 에너지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구원’과 ‘용서’라는 묵직한 테마를 담은 이야기로, 거장 테리 길리엄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토이즈(Toys)> 1992년작
출처: IMDB(https://goo.gl/JLTuJR)
‘장난감이 현실 세계에서 전쟁을 치른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에 둔 코미디 영화입니다. 다양한 장난감들이 거대 규모로 작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데요, 지금 봐도 미술(디자인)이 훌륭합니다. 그런 장난감들과 천연덕스럽게 어울려 연기를 펼치는 로빈 윌리엄스 또한 명불허전이죠.
<잭(Jack)> 1996년작
출처: IMDB(https://goo.gl/rWzAud)
나이는 열 살이지만 외모는 중년인 ‘잭’이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에 출연할 당시 로빈 윌리엄스는 40대 중반이었는데요. 어른의 몸으로 아이 역을 이토록 천진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는 아마 로빈 윌리엄스 한 사람뿐일 겁니다. <대부> 시리즈로 유명한 명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연출도 볼거리입니다.
<패치 아담스(Patch Adams)> 1998년작
출처: IMDB(https://goo.gl/yzsLzJ)
<사랑의 기적>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의사로 등장하는 또 한 편의 영화이기도 하죠. 그는 환자들의 육체적 질환뿐 아니라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고자 했던 실존인물 헌터 아담스를 연기했습니다. 광대 코(clown nose)를 달고 소아병동의 환아들을 즐겁게 해주는 장면은 크리스토퍼 리브와의 일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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