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튜브, 텔레비전 등등에 차고 넘치는 각종 ‘인싸템’들. 어느 뉴스는 ‘인싸템’을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다양한 무리에서 잘 어울려 놀고 유행을 발 빠르게 맞춰 나가는 사람’을 뜻하는 ‘인사이더’와 ‘물건’을 뜻하는 ‘아이템’의 합성어”라고요(인용 출처: EBS 스쿨리포트 https://goo.gl/Kv2foT).
어라? 근데 이 인싸템이라는 거 말예요, 2018년의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물건은 아닌 듯한데요? 엄마, 아빠, 삼촌, 이모, 차장님, 부장님한테서 자주 들었던, “내가 왕년에 말야~” 하며 시작되던 그 얘기들 있잖아요~ 그 속에도 인싸템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 엄빠를 핫하게 만들어주었던 인싸템들은 무엇이었을까요?
70’s 인싸템
「지도」를 펼쳤다, 멋짐이라는 게 폭발했다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가 등장했죠. 노래 제목처럼,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고속도로 로망스’가 실현된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 충만하게 지도를 펼쳐 길을 찾는 운전자들의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러다 <전국관광지도>, <전국고속도로 안내도>, <대한민국 지도 사전> 같은 이름의 지도책들이 등장하였고, 곧 운전자들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죠. 내비게이션이 지금처럼 상용화되기 전인 90년대까지 지도책들은 애용됐습니다. (나도 지도 책 세대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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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도책은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
출처: 알라딘(https://goo.gl/57roLa, https://goo.gl/rJ4g96,
https://goo.gl/w5dw8i, https://goo.gl/57roLa)
얽히고설킨 도로망을 거뜬히 읽어내고, 축척과 노선을 토대로 목적지까지의 예상 도착 시간까지 가늠하시던 드라이버 선배님들. 지도 책 한 권쯤은 자가용 글러브박스와 시트 포켓에 보관했었다죠? 어쩌면, 내비게이션 띄우고도 늘 헤매는 우리 아빠, 실은 길치가 아닌지도 몰라요. 지도 책에 익숙한 운전자, 바로 ‘지도자’(?) 타입이셨던 거예요!
80’s 인싸템 I.
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저 「차량용 안테나」를 보라!
자동차 얘기 한 번 더! 80년대 들어 카폰이라는 물건이 등장했습니다. 1984년부터 처음 서비스됐죠. 지금의 휴대전화와는 달리, 카폰의 기지국은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형태였어요. 따라서 카폰을 이용하려면 차체 외부에 기다란 안테나를 달아야 했죠.
“당시에는 자동차 후미에 거대한 송수신용 안테나를 휘청거리도록 달고서 기사가 운전하는 세단의 뒷좌석에 앉아 군사용 무전기만 한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신사의 모습을 도로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지식 e - 시즌 4 l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중
왠지 2018년에도 충분히 인싸템이 될 법한 이 진취적인 비주얼!
1980년대 당시 카폰은 상당히 고가의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래서 차량용 안테나는 곧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고 해요. 하지만 금전적으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카폰 설비를 장만한 운전자들도 더러 있었죠. 왜냐? 인싸템이었으니까요!
80’s 인싸템 II.
팬심의 척도, 진정성의 증표! 「사인볼」
80년대를 한국 프로야구의 골든에이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해태 타이거스 선동렬, 오비 베어스 박철순, ······. ‘레전드급’ 선수들의 현역 전성기 시절이 바로 1980년대였죠.
2018년의 누군가가 “야구, 어디까지 좋아해봤니?”라고 묻는다면, 80년대의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지도 몰라요. “후훗, 선수단 승합버스에 매달려서 사인볼을 받아냈지.”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가 그린 80년대 ‘야구 인싸’의 모습
출처: <라이프 온 마스> 6회 방영 화면 캡처
그렇습니다. 그 시절 야구팬 선배님들께서는 주머니에 공 하나씩 넣고 경기장에 오셨다죠. 좀 더 고수님들은 유성매직펜도 꼭 챙기셨다죠. 9회말 종료 후 마침내 소중한 그 공을 꺼내 선수단의 합숙소행 승합버스 창문 앞까지 들이밀어졌건만! 펜이 없던 선수는 손사래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서행 중인 버스를 좇으며 우리의 선배님은 유성매직펜으로 유리창을 두드리셨고, 기어이 그 문은 열려 근사한 사인이 공에 마법처럼 새겨졌다는 전설…!
이렇듯 사인볼이 유행하다 보니, 동네 문구점(aka 문방구)과 스포츠 용품점에 기성품 사인볼이 판매되기도 했죠. 그럼에도 우리의 선배님들은 ‘진짜’ 사인볼을 갈망하며, 공과 유성매직펜을 한사코 놓지 않으셨다는 또 다른 전설…
80-90’s 인싸템
말 그대로 소장 각 「비디오테이프(aka VHS)」
스트리밍 서비스와 ‘굿 다운로드’로 영화 콘텐츠를 감상하는 요즘. 때때로 80~90년대 비디오테이프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치킨집만큼 동네에 많았던 비디오 대여점. 통유리창에 ‘최신 출시작’과 ‘주간 대여 순위’ 포스터가 수시로 업데이트되던 그곳. 당시 인싸족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안내문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비디오테이프 팝니다’라는 문구!
출시된 지 1년 이상 지났거나, 대여 순위권에서 저만치 밀린 비디오테이프들은 으레 대여점 카운터 주변에 탑처럼 쌓여 있었죠. 이것들은 개당 2천 원 내지 3천 원 정도에 팔리곤 했습니다. 가격차의 기준은 바로 케이스(aka 비디오곽) 유무였죠.
홍콩 액션영화 팬이라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온 VHS 인싸템.jpg
대여점에 가는 수고 없이,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최애 영화를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려고들 샀던 비디오테이프. 그야말로 ‘소장 각’이었죠. 또한, 소장의 진정성(대여비 절약 및 상시 감상 가능) 측면에서도 가히 인싸템이라 할 만합니다.
90’s 인싸템
‘음원’ 이전의 인싸템들, 「CD」와 「휴대용 CDP」
스트리밍 음악 재생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금, 뮤지션의 곡은 ‘음원’으로 지칭됩니다. 음악 시장도 변화했죠. 열 곡 내외 혹은 그 이상을 담은 ‘정규앨범’보다는 한두 곡씩 묶은 ‘싱글앨범’이 더 흔해졌습니다.
앞서 살펴본 「비디오테이프」처럼, 90년대에는 음악을 문자 그대로 ‘소장’해 감상했습니다. ‘앨범=CD’라는 공식에 맞춰, 「CD」와 「휴대용 CDP」는 ‘인싸템’을 넘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템’이었죠.
여전히 CDP는 현재형 인싸템이라는 어떤 분의 제보 사진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사 모으고, 케이스 속지의 가사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고,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금이라도 가면 괜스레 ‘맴찢’. 동네 문구점에서 깨끗한 ‘CD 공케이스’를 사서 갈아끼운 뒤에야 안심하곤 했습니다.
휴대용 CDP에 CD를 끼우고 재생 버튼을 터치, 아니 꾸~욱 누를 때의 설렘! 팽팽 돌아가는 CD를 보는 재미! 외출할 때도 늘 CD를 돌려가며 음악을 듣던 인싸족들은, 늘 여분의 건전지도 지참했다죠.
어머, 이제 보니 우리 건모 님도 인싸셨어..
‘있어 보이즘’과 ‘실용성’ 겸비한 그 시절 인싸템들
4가지만 살펴봤는데도, 왠지 그 시절 인싸족 선배님들의 정성에 고개를 조아리게 됩니다. ‘있어 보이즘’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고자 노력하셨던 듯해서요. 또 하나 숙연해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위 4가지 인싸템들이 이제는 ‘콘텐츠’ 혹은 ‘서비스’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한다는 사실이죠.
지금의 우리는 눈으로 본 적도 손으로 만져본 적도 없는 그 시절 ‘인싸템’들. 그것들을 한때 소유했던 그 시절 ‘인싸족’들의 행복을 헤아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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