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홍보팀 김삼양 사원이 드디어 입사 이래 첫 번째 업무를 받았습니다. 삼양그룹 블로그 운영 기획안을 작성해보라는 팀장님의 특별 지시가 내려졌거든요. 업무를 멋지게 완수하고 싶은 우리의 김삼양 사원, 차근차근 계획부터 세워보기로 합니다.
“먼저 이틀 동안은 충분히 자료를 조사하고, 그다음 이틀은 기획안을 작성해야지!”
그렇게 김삼양 사원이 자료 조사에 돌입한지 한 2시간이 흘렀을까요. 팀장님이 갑자기 김삼양 사원을 호출합니다. 기획안의 진행 상황에 대해 물으시는데요. 당황한 우리의 김삼양 사원은 앞서 세웠던 계획을 보고합니다. 하지만 팀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 말씀하십니다.
‘제로 드래프트’부터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획’이란 어떻게 보면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어떤 일을 꾸미어 계획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그 꾸밈과 계획의 주체성이 선명히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주체성은 온데간데없고, ‘내가 뭘 기획하고 싶었지?’라고 자문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기획자의 의도대로 기획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제로 드래프트(Zero Draft)’입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 제시된 방법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초안(First Draft) 이전 단계의 작업으로, 아래와 같이 정의됩니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https://goo.gl/KXmQEv)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때
과거의 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립한 계획으로써
후속 계획의 기초가 되는 기본 계획”
- <프로페셔널의 조건> 중
이때 ‘과거의 실적’이란 현재 기획 건에 대한 참고 자료, 유사 사례, 시장 트렌드 등 각종 유관 정보를 망라한 개념입니다. 즉, 제로 드래프트는 백지상태에서 완성하는 기획의 밑그림인 셈이죠.
첫 단추만 잘 꿰어도 효율성이 팍팍~
즉,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하는 것이 기획의 첫 단계라는 말씀!
백지상태에서 어떻게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할까?
다시 김삼양 사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김삼양 사원은 팀장님께 업무 지시를 받은 순간부터,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자료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거든요. 바로 기획안의 ‘목적’을 설정하는 일 말입니다.
자, 그럼 생각해봅시다. 삼양그룹이 블로그를 운영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삼양그룹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베테랑 기획자라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삼양그룹이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주요 타켓층은 누구인지? 방문자들은 블로그에서 어떤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지? 등의 질문을 자료 조사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 즉 기획안의 목적을 A4 용지 위에 자유롭게 적어보는 겁니다.
기획자에게 지금 필요한 건~ A4용지와 연필!
제로 드래프트 작성 팁
✔ 주제 잡기
‘이 기획을 왜, 누구를 위해 하는가?’, ‘방향성 의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세요. 기획 의도(목적성)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 가설이 곧 해당 기획 초안의 키 메시지가 되는 거죠. 외부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기획자 만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발휘해야 해요.
기획이 완성되면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해보자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하는 순간, 기획자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위의 과정을 통해 기획안의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졌다면, 이제는 기획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볼 차례입니다. 김상양 사원의 상황에 접목시켜 볼까요? 삼양그룹 블로그에 어떤 것들이 담기게 될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죠. 블로그 메인 화면 구성에 대한 기획이라던가, UX, UI에 대한 기획, 카테고리 설정에 대한 기획, 또는 개발 도구에 대한 세부 기획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겠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획안(초안) 작성에 들어가기 전, 완성된 제로 드래프트를 상사나 동료 팀원들에게 공유합니다. 주제, 개요, 표현 기법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죠. 이를 통해 기획안의 방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고, 또 미처 알지 못했던 목적이나 추가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거든요. 무작정 초안을 만든 뒤 수정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셈이죠.
‘연속적 시간’을 확보하라
보고서를 작성할 때 초안을 잡는 데에만 최소 6시간 내지 8시간이 소요된다.
그 일에 한 번에 15분씩 하루에 두 번 할애하여
14일간 총 7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그러나 만약 (···) 연속으로 5시간 내지 6시간 동안 보고서 작성에 전력투구한다면,
내가 이름 지은 소위 ‘제로 드래프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비교적 시간을 잘게 쪼개고 원고를 장별로 나누어 다시 쓰고, 교정하고
그리고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다.
- <프로페셔널의 조건> 중
제로 드래프트를 작성할 때는 2시간, 5시간, 7시간 등 특정 시간을 정하여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 번에 15분씩 하루에 두 번 할애하여 14일간 총 7시간 들이는 것보다, ‘연속적 시간(5~6시간)’ 동안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사실 직장에서 한 가지 업무에만 장시간 집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회의 참석이나 고객 응대와 같은 변수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제로 드래프트라는 확실한 밑그림을 완성시켜둔다면, 향후 발생할 ‘분절적 시간’으로 인한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겠죠?
기획자는 도르마무와 거래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을 연속적으로 활용할 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첫 단추만 잘 꿰어도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1이 아니라 0부터 시작하죠. 유능한 기획자들이 제로 드래프트를 0순위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첫 단추를 잘 끼워, 내 문서 폴더에 ‘최종’, ‘최최종’, ‘최종 수정_최종 v2’ 같은 파일들이 쌓이지 않도록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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