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직전, 프린터가 기획안을 토해내면 가지런히 모아 모서리 부분을 꽉 잡고 철심을 박습니다. 철컥.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묶입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일까요? 다음에 닥칠 위기(기획안에 대한 피드백)는 나중 일이고, 이 단순 노동(프린트물을 사람 수대로 나누어 철심을 박는 작업)을 하는 동안만은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직장인에게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의도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정말 잘 지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직장인의 필수품, 직장인에게 잠시나마 평화를 안겨주는 사무용품, 바로 스테이플러입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스테이플러를 찍는 위치와 방향이 제각각입니다. 왜일까요?
스테이플러 찍는 각도로 보는 성격 유형 4가지
스테이플러를 찍는 각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성격을 유추해보겠습니다. 다년간의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지극히 개인적인 분석) 작성한 것이니 재미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퇴근 후 이 사람의 책상 위를 살펴보면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 하다못해 파티션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까지 모두 완벽히 각을 잡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약간의 강박증이 생활에 묻어나오는 이런 분들은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만의 포맷(특히 PPT 작업 시 제목이 항상 같은 위치에 와야 함)이 확실하며 이에 어긋나면 다른 사람의 문서일지라도 고쳐줍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고쳐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죠. 수정했다는 말은 하지 않거든요. 그저 조용히 자신의 포맷을 실행할 뿐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체계화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매사에 철저히 완벽한 것은 아니며 가끔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생각보다 의외의 구멍도 있는 타입입니다.
두 가지 부류가 여기에 속합니다. 하나는 효율을 중시하는 부류, 다른 하나는 자신의 행위에 ‘왜’라는 의문을 잘 갖지 않는 부류. 둘을 합치면 ‘효율을 고려해 내린 최선의 결정은 두 번 다시 고민하지 않고 따른다.’, 다시 말해 정직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스테이플러를 45°로 찍어야만 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45°로 찍은 스테이플은 종이를 넘겼을 때 접히는 부분과 일치해 다음 장으로 넘기기 손쉽다. 게다가 접히는 부분을 최소화해 종이를 가장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효율적인데 왜 다르게 찍을 생각을 하지?”
학창시절,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무던히 따라갔던 사람, 직설적으로 말해 시키는 대로 잘 따르던 모범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 스테이플러를 다른 각도로 찍는다면 작은 일탈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의 본성이 쉽게 바뀌지 않듯 다른 일에도 모범생스런 정직함과 약간의 고리타분함이 묻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절차에 맞게 잘 수행할 테니 당신의 든든한 동료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자유분방한 마인드의 소유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적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의견에 굴하지 않는 소신 발언으로 식은땀을 흘린 경험을 안겨준 동료가 있다면 아마도 스테이플러를 135°로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135°로 찍지 않았다고 해도 ‘찍어볼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우 본인만 알겠죠.) 그렇다고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가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팀 분위기를 살리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거든요. 미워할 수 없는 분들이죠. 우리의 즐거운 회사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분들입니다. 발상이 남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창의력이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보통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135° 각도를 선호하는 분들의 마인드를 좀 더 깊이 헤아려 보면, 일개 문서에도 아티스트적 관점을 부여해 미적 완성도를 높이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려는 것 같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신입사원일 때 이런 특징을 보이다가 점차 연차가 차고 업무에 능숙해지면서 사라지는 각도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신입이 들어오면 조금 서툴더라도 잘해주세요.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두께 있는 기획안이나 수많은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업무를 가진 분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프린트할 때에도 장수를 줄이고자 2장 모아찍기로 출력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로로 넘겨 보기는 생활이 되고 스테이플러 90° 찍기는 습관이 된 것이죠. 이분들은 유독 포스트잇과 포스트잇 플래그 소비가 많은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분석적 견해를 적당한 곳에 적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을 꼼꼼히 표시해두어야 하니까요.
이런 분석적 태도는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발현됩니다. 소위 말해 유머를 다큐로 받아들이는 상황, 동료의 사적인 이야기에 TMI라고 말했더니 ‘TMI는 사생활 정보가 범람하는 과잉연결 시대에 어떤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지 가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나오게 된 인터넷 용어’라며 시대적 상황을 분석한 신문기사를 언급하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약간 아재스럽다고도 할 수 있죠.
다 그렇지는 않지만 90° 찍기를 선호하는 분들은 다소 소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귀찮다고 흘려듣지 말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여러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깊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스테이플러의 본질은 ‘연결’이다
우리가 작성하는 모든 문서들을 따로 떼어 낱장으로만 보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비즈니스 용어들로 채워진 종이에 불과하죠. 하지만 스테이플러를 찍는 순간 각각의 종이들은 비로소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누군가의 의사결정을 돕게 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까지 실컷 스테이플러를 찍는 각도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어떻게 찍느냐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찍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죠. 마침내 스테이플러를 찍는다는 것은 다각도로 고뇌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그 고뇌의 흔적들을 모아 스토리를 만들고 문자화했다는 것. 그리고 ‘철컥!’하고 찍는 이 순간, 드디어 고뇌에서 해방됨을 뜻합니다.
직장인의 업무는 단 하나라도 그냥 이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모두 어떤 일의 결과물이죠. 하다못해 스테이플러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문서 작업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스테이플러를 찍는 순간이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고뇌를 즐기세요. 그리고 고뇌를 ‘철컥!’ 찍으세요. 비로소 평화를 얻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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