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또 놀러 오세요.”
어느 자양강장 음료 CF에 나왔던 ‘웃픈’ 대사입니다. 딸은 평일에 아빠를 딱 한 번 봅니다. 아빠가 출근할 때죠. “다녀오세요”가 아니라 “또 놀러 오세요”라는 딸의 인사를 듣고, 아빠는 어제처럼 일터로 나갑니다.
곧 설 연휴입니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 온 집 안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입니다. 그런데 반갑기도 하면서 좀, 뭐랄까, 어색한 건 왜 일까요?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어느새 서로에게 소원해진 탓이겠지요. 하지만 어색함조차 정다울 수 있는 관계, 그것이 가족 아닐까 합니다. 단, 조건이 있죠. 가족 모두가 그 어색함을 타고 넘어 서로에게 닿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우리를 더욱 ‘낯익게’ 해줄 가족게임 4선! 모두 둘러앉아 함께해봅시다~
‘낯익게 하기’ 게임 #1
상장 수여식
[준비물] 상장 용지 및 상장 케이스, 프린터(프린터가 없을 경우 손글씨도 가능)
‘상장 수여식’은 임직원 친목 도모를 위해 활용하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직원들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이달의 우수 직원 표창’, ‘베스트 고객 응대 상’ 같이 업무 성과와 직결된 상은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친목 도모는 커녕 질투와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느낌의 센스만점 상장이 등장해줘야 하는 겁니다.
자상한 팀장님을 향한 팀원들의 애정을 듬뿍 담아~
자, 이제 ‘상장 수여식’이 뭔지 대략 감이 오시죠? 명절 때나 1년에 한두 번 있는 가족행사 때만 보는 친척들끼리 이런 유쾌한 상장을 주고받으며 깔깔대고 웃다 보면, 어느덧 어색함도 많이 줄어들 거예요. 자, 이런 상장들 어떨까요?
‘낯익게 하기’ 게임 #2
소원을 말해봐
[준비물] 접착식 메모지(또는 일반 메모지), 펜
앞서 소개해드린 ‘상장 수여식’과 마찬가지로, 기업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종종 등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준비물만큼이나 진행 방법도 간단해요. 한 그룹의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소원을 메모지에 적습니다. 단, 즉석에서 성취(?) 가능한 소원들만 쓸 것!
그것들을 한데 섞은 뒤 한 사람씩 무작위로 나눠 갖습니다. 각자 손에 든 메모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걸 작성한 사람을 찾아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죠. 명절 연휴라는 시의성을 고려한다면 아래와 같은 소원들을 적어볼 수 있겠네요.
어색함의 강도가 다소 높은 가족끼리라면, 정말 말 그대로 ‘소원 들어주기’만 기계적으로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진행할 때는 서로 왜 그런 소원을 적었는지 묻고 답하는 순서를 마련해주세요. 소원을 바로 들어주는 것보다는, 약간의 재미 요소로서 흥정(?) 찬스를 가져보기도 하고요. (예: ‘세뱃돈 따블’ 소원을 ‘차례상 차리기에서 열외’로 흥정)
‘낯익게 하기’ 게임 #3
보드게임
[준비물] 보드게임 제품(마트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시 1만~2만 원 대)
명절 앞두고 보드게임 제품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판매된다는 기사(https://goo.gl/DXzwms)도 나오는 걸 보면, 이제 보드게임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로 정착된 듯합니다. 자, 그럼 어떤 보드게임을 준비할 것이냐가 관건일 텐데요. 재미있어 보인다고 무작정 구매를 결정하지 마시고, 몇 가지 사항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 전 연령대가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할 것
▶ 규칙이 단순한 게임이어야 할 것(규칙 설명에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다!)
▶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 게임이어야 할 것(팀 대항 형식일 경우, 소극적인 참여자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개개인의 집중력이 곧 가족 전체의 결속력으로 이어짐!)
아래 세 가지 보드게임들은 위 조건들을 두루 충족 시키는 추천 리스트랍니다. 만약 가족들과 단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면, 이번 설 연휴 때 셋 중 한두 개 정도만 시험 삼아서 즐겨보세요.
젠가
크기와 무게가 일정한 직각 나무 54개를 탑처럼 쌓아놓고, 차례대로 나무 블록을 하나씩 빼낸 뒤, 다시 탑 위에 쌓는 게임이죠.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벌칙 당첨! ‘단순함 끝판왕, 몰입도 최강’인 게임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남녀노소 쉽게 즐기기에 이만 한 보드게임이 또 있을까요?
할리갈리
‘젠가’ 못지않게 간단하면서 집중도는 높은 보드게임입니다. 딸기, 바나나, 레몬 등 종류가 다른 과일이 그려진 카드들을 서로 나눠 갖습니다. 한가운데에는 탁상종을 놓아둡니다.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 장씩 자기 패를 뒤집어 종 가까이에 놓습니다. 앞에 놓인 카드의 과일 그림을 더해 같은 종류가 5개가 되면, 재빨리 종을 칩니다. 그러면 놓여있던 카드는 모두 종 친 사람의 것! 만약, 5개가 아닌데 종을 치면, 벌칙 당첨!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https://goo.gl/L34rSh)
부루마불
국산 보드게임의 고전이라 할 수 있죠. 규칙이 윷놀이와 유사합니다. 주사위 2개와 말판으로 구성되는데요. 말판에는 말의 이동 경로가 칸칸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사위 2개를 던져 나온 수의 합만큼 보드판의 말을 이동시키고, 해당 칸에 적힌 지령을 따르면 됩니다. 부루마블의 말판은 일종의 가상 지도로서, 게임 참여자는 말이 이동함에 따라 나라/도시의 소유권을 얻게 될 수도, 그 나라/도시 소유권자에게 통행료를 내야 할 수도 있죠. 실리에 밝은 가족 분위기라면 퍽 격정적인(?) 게임 진행도 가능합니다.
이미지 출처: 부루마불 제작사 공식 블로그(https://goo.gl/VfuiHn)
‘낯익게 하기’ 게임 #4
연날리기
‘게임’이란 ‘규칙을 정해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입니다. 그렇다면 연날리기는 게임에 속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연날리기를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게임이 아니라 함께하는 놀이로써 말입니다. 아, 한 가지 규칙은 있습니다. 가족이 몇 명이든 연은 하나만 날릴 것.
연줄이 팽팽해지면 마치 하늘과 줄다리기라도 하는 기분이 드는데요. 이때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잘 가늠하면서 얼레를 풀고 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연을 한 번도 날려본 적 없는 식구라면 무척 애를 먹을 거예요. 이럴 때 가족에게 얼레를 전달, 전달, 전달해주면서 연을 잘 띄워보세요. 가족 모두의 시선은 하늘에 떠 있는 연에 집중되겠죠. 이렇게 온 식구가 한 곳을 바라보는 경험은 무척 소중하게 기억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칼끝 같은 바람에
오장 육부가 다 드러난다 해도
다스운 눈동자 서로 포개며
연을 날리자.
조태일 시 「연날리기」 중
가족이라는 한 팀
‘가족은 하나’라는 기치는 자칫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은 서로 마주할 수 없도록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명절 때만 겨우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들의 어색함은, 서로 다른 각자의 삶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차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차이란 서로 간에 선을 긋는 간극이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더 잘 마주 보는 데 필요한 간격이 아닐까요.
그래서, ‘가족은 하나’보다는 ‘가족은 한 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해드린 네 가지 게임들은 우리 가족이 ‘한 팀’이고 ‘우리 팀’임을 확인하게 도와줄 수단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귀 기울여주는, 진정 가족적인 ‘팀플레이’를 기원하며- 모든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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