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시원한 냉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냉면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이 있는데요, 아무리 더워도 줄 서서 먹고, 오늘 먹어도 내일이 되면 또 생각나는, 바로 밀면입니다.
그런데 밀면이 뭐죠?
부산에 유난히 많은 밀면집이 밀집되어 있는 탓에 부산 향토음식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밀면은 부산 향토음식은 아니에요.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왔던 이북 피난민들이 고향을 생각하면서 실향의 아픔을 달랬던 음식입니다.
원래 냉면은 메밀과 감자로 만드는데요, 당시엔 메밀과 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 만들어 먹으면서 밀가루 냉면, 밀면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밀가루로 가늘게 면을 뽑다 보니 가격도 냉면에 비해 저렴해져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밀면하면 부산이지
유명 맛집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먹었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은 없죠. 다른 음식에 비해 밀면은 이런 경우가 드문 음식이에요. 전국적으로 맛이 평준화된 냉면과 달리 가게마다 개성이 있거든요. 그럼 개성있는 밀면 맛집을 찾아 일단 부산으로 가볼까요?
원조 중의 원조, 남구 우암동 내호밀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지구의 왕(바로가기)’ >
6.25 전쟁 당시였던 1952년에 개업한 밀면 맛집입니다. 그야말로 원조 밀면 맛집인데도 큰 유명세를 치르지 않은 식당입니다. ‘이런 곳에 맛집이 있어?’라고 생각될 만큼 굉장히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내호밀면은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한 식당이라서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도 있어요. 맛은 평균보다 매운 편이지만 자극적이진 않습니다. 평소 강한 양념 맛에 익숙하다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대중적인 음식으로 정착시킨 가야밀면과 개금밀면
[좌] 가야밀면 (출처: ‘쏘쏘의 봉모녀 예율이 육아일기’) / [우] 개금밀면 (출처: ‘치즈의 작은 바다’)
내호밀면이 마니아층을 형성한 식당이라면,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은 밀면을 대중적인 음식으로 부산에 정착시킨 식당이에요.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의 맛을 비교하자면, 개금밀면에 비해 가야밀면 쪽이 더 달고, 한약 냄새가 진합니다. 또 양념장에서 마늘과 양파 냄새도 더 강해 좀 더 자극적인 편이에요. 개금밀면은 뒷맛이 조금 더 깔끔해 선호도가 나뉘기도 해요. 맵고 얼큰한 맛을 선호한다면 가야밀면을,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선호한다면 개금밀면을 선택하는 게 좋겠습니다.
부산이 아니라도 부산처럼 밀면 즐기기
밀면 한 그릇 먹자고 부산까지는 갈 순 없잖아요. 이번엔 부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경주 밀면식당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SM타운(바로가기)>
경주 대릉원 맞은편에 위치한 밀면식당은 직관적인 식당 이름에서부터 밀면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물/비빔밀면 딱 두 가지만 판매하는 그야말로 밀면 전문점인데요, 1972년도부터 40년째 경주의 밀면 맛을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종종 특유의 밀가루 향이 진해 꺼려지는 곳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밀면식당은 밀가루 향을 싹 잡아내어 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입니다.
김해 이가네 가야밀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불가불(바로가기)>
다른 곳에 비해 양도 많고 쫄깃한 면발 덕에 한 번 젓가락을 들면 멈출 수 없는 곳, 김해 이가네 가야밀면입니다. 밀면만큼 인기 있는 또 다른 인기메뉴는 왕만두인데요, 만두피가 엄청 얇고 쫀득해서 밀면과 찰떡궁합을 이룬답니다.
창녕 부생밀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바닐라(바로가기)>
창녕 지역주민들에게 맛집이라고 소문난 부생밀면은 창녕 특산품인 창녕양파 진액으로 반죽한 면과 양파 육수의 수수한 조화가 특징입니다. 다른 밀면에 비해 입안 가득 남는 담백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 3대 서가밀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멍구네 집(바로가기)>
부산에서 유명한 밀면집들은 거의 밀면 단품 메뉴인데 반해 서울 3대 서가밀면은 밀면의 맛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메뉴가 함께 준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1973년부터 시작해 할머니, 아버지,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째 이어오고 있는데요, 한결같은 맛이 인기의 비결입니다.
인공조미료 없이 무 양파, 배, 대파, 마늘, 감초, 당귀 등 28가지 채소와 약재를 사용해 최적의 숙성 과정을 거쳐 조리하는 쫄깃한 웰빙 밀면을 즐겨보세요.
제주도식 밀면을 맛볼 수 있는 제주 산방식당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해인삼매(바로가기)>
산방식당은 사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식당도, 특별한 콘셉트가 있는 곳도 아니지만 제주도 맛집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입니다. 흔히 맛볼 수 있는 부산식 밀면은 아니고요, 제주식 밀면으로 면이 보드랍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멸치 육수를 사용해 호불호가 나뉜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게 밀면이야?’로 시작된 마음은 밀면에 푸짐하게 올라와 있는 편육을 싸서 먹는 순간, 부산 밀면과 비교하려 했던 마음까지 미안해진답니다.
다른 식당과 달리 오픈 키친 형식으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주방 위생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어요. 제주를 떠나기 전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싶다면, 마지막 정류장처럼 한 번 들러보세요~
식사 시간에 맞춰 갔을 때 줄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맛집의 단점이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기다려서라도 먹고 싶은 것이 또 맛집이 가지는 힘 아닐까요? 이번 여름엔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해 부담 없는 밀면으로 시원한 여름 나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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